ROCK ‘n ROLL 호

Happy Birthday, Captain Jin.

선배는 그래서 왜 여기 계신거에요? 제 가족이 이제 연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단 소식을 들은 동명은 공식적으로는 실종상태 및 무기한 휴학으로 되어있던 사관학교에 드디어 정식적인 자퇴 절차를 마치고 돌아왔다. 잠깐 어딜 들른다더니 제 방에서 자퇴 절차를 진행하고 오니 우주선 안에 익숙한 얼굴이 타고 있었다. 선배, 일 안해요? 장교가 원래 이렇게 여유로워요? 아...

홀로 방황이 될 뻔했던 여행에 키아가 합류했다. 일단 별 안의 세계에만 있던 키아가 가고 싶은 만큼 섬에서 멀리까지 우주선을 몰고 우주를 유영했다. 그럼에도 아직 가본 곳보다 앞으로 갈 곳이 더 많았다. 별 안에만 있던 키아의 삶이 용훈과 함께 우주로 넓어졌다. 중간 중간 연료를 다시 채워가며 책에서도 나오지 않던 곳들을 찾아다녔다. 용훈은 가르쳐주지도 않...

우리가좍 쉬어가는 이야기

우주에 있다보면 시간 개념이 많이 흐릿해지기에, 매일 하루를 정확하게 나눠서, 부족하게 쓰던 이전 생활이 떠오를 때마다 용훈은 혀를 내둘렀다. 아마 그 사건이 없었더래도 자긴 진 소위가 되는 것 같은 일은 없었을 거라 확신했다. 무엇보다, 제복을 다시 말끔하게 챙겨입어야 한다는걸 떠올리니 벌써 갑갑해지는게 제 선택이 현명했단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동명도...

동명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법 어렸을 때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제가 사관학교를 입학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가 학교를 자퇴하고 락앤롤호에 합류하면서 연락을 완전히 끊게 되었다. 이런 가족 연에 대한 판단은 가족을 위함이었다. 연방의 지원을 받는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연방적 사상을 ...

그날 이후로 락앤롤호 선원들은 캡틴에 대한 다양한 인상 사이로 미묘한 듬직함이 추가되었다. 물론 그 생각을 직접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캡틴의 반응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모두 이번 만큼은 투명하게 기분 좋아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캡의 모습을 보는걸 함께 즐거워했다. "아드을! 내가 그르케 좋아?" "캡" "웅?" "아들이라 하지마여." 싱글싱글 웃는 키...

<Rock ‘n’ Roll 호>라고 적혀있는 기스 하나 없는 우주선을 정박시킨 키아는 스무스한 정차에 감탄을 하며 운행을 종료했다. “오오 이거 장난 아니네요?” 한껏 들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키아를 용훈은 진짜 아버지라도 된 것처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달려가 껴안았다. 키아의 입에서 으어어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건 무시하고 볼을 빨아 먹으려...

눈을 뜨는게 어색해질 만큼 오랜 기간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젠 슬슬 떠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눈커풀에 힘을 주어 들어올렸다. 떠진 눈에 보이는 풍경은 예상대로 병원이었다. "일어났냐." 상엽의 말에 용훈은 기지개를 켜면서 대답했다. 어어, 덕분에 한 숨 푹 자고 일어났네. 상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트에 입원 날짜를 확인하곤 두숨 자면 다음 빅뱅까지...

락앤롤호 논커플링

락앤롤호 역사상 최악의 임무였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은. 그와 동시에 크루원들에겐 꽤나 중요한 기억이 될. 시작은 정말 별일 아니었다. 늘 있는 것처럼 의뢰를 받고 그걸 해결하러 떠났다가 연방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특히 용훈 답지 않게 조금 여유있게 움직일 생각으로 쉽고 가벼운 임무를 받아왔는지 금방 “우주 쓰레기”라고 지칭됐던 물건도 금방 수거했...

꽤나 두둑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어떤 광물을 찾아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 용훈은 그래서 그 돌맹이 같은 것이 이 행성에 있단 말만 듣고 무작정 도착부터 했다. 사실 위치 추적기도 안 달린 것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엔 여전히 기술 발전이 잘 되어있진 않았다. 그러니까 지구를 기준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그게 지구이 있기는 한데 브라질에 있는건지 말레이시아에 있...

지난주 들렀던 행성에서 가져온 묘목에 물을 주면서 평화로운 시간에 여유를 즐기던 동명의 평화를 깬 건 어김없이 용훈이었다. 벌컥 문을 열고 달려들어온 용훈은, 이번엔 또 뭘 하고 있는건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혀는 반쯤 내놓고 헥헥거리면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같았다. "아, 선배 또 왜요." 동명이 말을 걸자, 용훈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애기~ 나 머리 아픈 거 같애~ 제 방에 틀어박혀 지난 번 들렀던 행성에서 찾았다던 약초를 갖고 연구하는 동명의 앞에 용훈이 나타나 의자를 끌어와 털썩 앉았다. 동명은 슥 안색을 보자니 저 사람이 아플 때 나오는 텐션도 아닌데다가 한 쪽에 걸친 모노클로 훑었을 때 나오는 정보에도 체온 정상, 심박 정상, 등 그 외 기타 정보 모두 “건강”한 범위 내에서 움...

과거는 돌아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랬었는데, 아니, 캡틴 지금 털털털 소리나는 걸 타고 워프를 하자고 하는거에요? 우주선이랑 우리까지 바리바리 뜯길 일 있어요? 키아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저 꼬라지를 보라며 우리 배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말도 안되긴 했다. 저걸 타고 우주 쓰레기 줍기는 커녕 요양여행도 못할게 분명했다. 근데 임시 정거장에 손이 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