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이 없는데, 시험 마지막 날 전공 시험 3개가 연달아 붙은 탓에 정신이 없던 것 같다. 강의실에서 나와서는 핸드폰을 찾았는데, 분명 주머니에있다고 생각했는데 잡히지가 않았다. 복도 끝 창 틀에 앉아 가방을 탈탈 털어봤는데도 핸드폰이 나오지 않았다. 현구는 가만 오늘 아침부터 마지막시험까지 제 행적을 돌아봤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현구는 머리를 부...
타고난 넓은 어깨와 184cm의 큰 키. 그리고 입체적으로 각져있는 얼굴형과 적당히 큰 페니스의 크기와 길이 그리고 굵기. 진용훈 수석 입학. 분명 내 방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어디지? 용훈이 정신 차려보니 손에는 수석이란 크고 빨간 글씨가 적혀진 평가지가 들려있었다. 두리번거릴 시간도 없이 저와 유사하거나 더 두꺼운 체격의 사내들이 저처럼 드...
선배는 그래서 왜 여기 계신거에요? 제 가족이 이제 연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단 소식을 들은 동명은 공식적으로는 실종상태 및 무기한 휴학으로 되어있던 사관학교에 드디어 정식적인 자퇴 절차를 마치고 돌아왔다. 잠깐 어딜 들른다더니 제 방에서 자퇴 절차를 진행하고 오니 우주선 안에 익숙한 얼굴이 타고 있었다. 선배, 일 안해요? 장교가 원래 이렇게 여유로워요? 아...
홀로 방황이 될 뻔했던 여행에 키아가 합류했다. 일단 별 안의 세계에만 있던 키아가 가고 싶은 만큼 섬에서 멀리까지 우주선을 몰고 우주를 유영했다. 그럼에도 아직 가본 곳보다 앞으로 갈 곳이 더 많았다. 별 안에만 있던 키아의 삶이 용훈과 함께 우주로 넓어졌다. 중간 중간 연료를 다시 채워가며 책에서도 나오지 않던 곳들을 찾아다녔다. 용훈은 가르쳐주지도 않...
형은… 나랑 연애하는거에요? 아님 날 키우는거에요? 올라오는 제 감정을 꾹 누르며 쏟아낸 한마디를 끝으로 기욱은 이만 가보겠다며 용훈에게 뒷모습을 보였다. 놀랍게도 기욱이 먼저 저를 등지고 가는 모습이 오랜 기간 기욱을 보면서 처음이었다는 것을 지금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곧 이어 기욱이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이제서야 제대로 된 그 사랑의 크기 만큼 다가...
그럼 저랑 만나보고 정리해요. 긴 침묵 끝에 나온 말에 다시 동주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날 이후로 아무리 생각해도 동주는 제 마음을 정의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시 기욱을 찾아가서 말했다. 그냥 우리 지금까지 지낸 대로 돌아갈 수 없냐고. 그 말을 들은 기욱은 제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가 나온 말이었다. 그럼 만나보고 정리를 하...
우주에 있다보면 시간 개념이 많이 흐릿해지기에, 매일 하루를 정확하게 나눠서, 부족하게 쓰던 이전 생활이 떠오를 때마다 용훈은 혀를 내둘렀다. 아마 그 사건이 없었더래도 자긴 진 소위가 되는 것 같은 일은 없었을 거라 확신했다. 무엇보다, 제복을 다시 말끔하게 챙겨입어야 한다는걸 떠올리니 벌써 갑갑해지는게 제 선택이 현명했단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동명도...
동명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법 어렸을 때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제가 사관학교를 입학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가 학교를 자퇴하고 락앤롤호에 합류하면서 연락을 완전히 끊게 되었다. 이런 가족 연에 대한 판단은 가족을 위함이었다. 연방의 지원을 받는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연방적 사상을 ...
그날 이후로 락앤롤호 선원들은 캡틴에 대한 다양한 인상 사이로 미묘한 듬직함이 추가되었다. 물론 그 생각을 직접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캡틴의 반응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모두 이번 만큼은 투명하게 기분 좋아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캡의 모습을 보는걸 함께 즐거워했다. "아드을! 내가 그르케 좋아?" "캡" "웅?" "아들이라 하지마여." 싱글싱글 웃는 키...
형, 잠깐 쉬려고 나온 로비 소피에 나란히 앉아있던 기욱이 갑자기 동주를 슥 보더니 말을 걸었다. 일부러 한 쪽 이어폰만 끼고 있던 동주는 '어?'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돌리자 기욱이 마저 말을 마쳤다. 형이 듣는 노래도 들어보고 싶어요. 꽤 긴 기간을 봐왔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은 모든 취향에서 극과 극을 달렸다. 음악 장르로 따지자면 힙...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가득하던 날들 사이에 반짝 비가 내리고 날이 개면서 맑은 날이 찾아왔다. 기욱은 때를 놓칠 세라 아침부터 빨래를 돌리고 구석에 치워뒀던 건조대를 설치했다. 아끼는 옷, 자주 두르고 있던 담요를 햇빛에 뽀송뽀송하게 말리기 딱 좋은 날이었다. 기욱은 요즘 작업 중이었던 가사를 중얼거리면서 펄럭펄럭 빨랫감이 주름지지 않게 펼쳐 널었다.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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